다수 수급인들에게 사업을 분할하였을 경우 도급인에게 산업재해 예방 의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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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수급인들에게 사업을 분할하였을 경우 도급인에게 산업재해 예방 의무가 있을까요?

도급회사와 수급회사의 근로자들이 공사현장에서 함께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급회사가 현장에서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였을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2015년 4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내 공장 신축 현장에서 질식 사고가 발생하여 작업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이천설비기술실장인 김 상무 등 임직원 6명과 SK하이닉스 법인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검찰은 당시 무리한 시운전 과정에서 압축공기가 아닌 질소가 분사돼 밀폐된 공간인 RTO 내부에 있던 근로자들이 산소결핍으로 사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심과 2심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을 도급한 사업주는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SK하이닉스가 도급을 주기는 했지만,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수급인들 사이의 업무를 조율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까지 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어서 1심과 2심은 “피고인들은 당시 배관에 산소 대신 질소가 공급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이 시운전으로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면서 김 상무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SK하이닉스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특히, 2심은 “피고인 하이닉스가 피고인 주식회사 등 다수의 수급인들에게 이 사건 건설사업의 각 업무를 분할하여 도급을 전부 주기는 하였지만, 수급인들 사이의 공사기간 및 일정조율 등 공정관리, 안전작업관리 및 보완지시, 질소 등 유틸리티관련 업무를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등 설비의 설치공사를 비롯한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수급인들 사이의 업무를 조율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까지 한 사정 등을 근거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 ‘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심은 이 사건 당시 피고인들의 각 업무상 과실이 경합하여 피해자들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를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 역시 “SK하이닉스는 다수의 수급인들에게 건설사업 업무를 분할해 도급을 주기는 하였지, 수급인들 사이의 사업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업무를 조율하였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해 도급을 주는 사업’의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김 상무는 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거나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잘못이 없다”라며 김씨 등 SK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판례가 있습니다(2017도16388).


두산건설은 2012년 건설사 4곳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수서-평택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따내게 되었고, 성남시 수정구 소재 건설공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두산건설은 이 사업의 지분 60%를 보유해 사실상 전체 사업을 총괄했다고 할 수 있으며, 현장소장인 A씨를 파견해 안전보건 총괄책임자로 지정하게 됩니다. 두산건설은 사업장 내 일부 공사를 하도급 업체에서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공사 현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 11월 당시 호우로 인하여 공구 내 물이 차올라 베트남 국적의 근로자가 양수작업을 하려고 배관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28m 상당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또 다른 작업장 지하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지하에 있는 띠장을 크레인으로 인양작업을 하다 떨어진 띠장에 맞아 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검찰은 두산건설과 수급업체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각 회사 현장책임자를 산안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게 됩니다.

이 사건 쟁점은 도급업체인 두산건설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3항에서 명시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두산건설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작업 현장에 안전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같은 현장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당시 두산건설 직원들이 함께 작업하지 않았으므로 안전 조치 부과 의무 책임과 A씨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은 사업주와 그의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고,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라는 점을 밝히면서, “두산건설이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해당하는 점, 산안법에 따라 자신의 직원을 안전보건책임자로 지정해 업무를 수행한 점을 고려하면, 산재 예방 조치 의무가 인정된다”라며 A씨에게 벌금 400만원, 두산건설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였으며, 하도급업체와 현장책임자들에게는 각 500만원에서 7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하였습니다.


아울러 대법원도 또한 “도급 사업주와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한 경우에 해당해 두산건설이 산안법상 사업주”라고 지적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다수의 수급인들에게 사업을 분할하여 도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을 총괄하는 등 작업장을 관리하고 조율하였다면 도급주로서 산업재해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